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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사무실 문턱에서 엉뚱한 고민만 하다가 나왔다

서초동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멍하니 걷다가

결국 서초동 법원 단지 근처까지 오게 됐다. 별다른 건 아니고, 최근에 가족 관련해서 좀 골치 아픈 일이 생겨서다. 예전에는 법률 문제라고 하면 그냥 드라마에서나 보는 일인 줄 알았는데, 막상 닥치니까 이게 생각보다 훨씬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유명한 로펌 간판들이 줄지어 있는 걸 보니까 괜히 더 위축되는 기분이었다. 처음엔 인터넷에서 이런저런 글들을 찾아봤는데, ‘청구이의의소’니 ‘준비서면’이니 하는 말들이 도통 머리에 들어오질 않았다. 대형 로펌 이름들도 여럿 보였는데, 내가 이런 곳에 들어갈 만한 규모의 사건을 안고 있는 건지도 의문이었다. 그냥 혼자서 법무법인 순위 같은 걸 검색해 보다가 그만뒀다. 시간만 더 가는 것 같아서.

허위 진술에 대한 두려움과 막연한 걱정

사람들이 법정에서 허위 진술을 왜 하는지, 뉴스를 보면서는 늘 이해가 안 갔다. 손승원 사건이나 동생을 감싸는 형의 기사를 보면 참 답답하다. 그런데 막상 내 일이 되고 보니,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의 입장이 개입되면 사람이 얼마나 비이성적으로 변할 수 있는지 아주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나만 조용히 넘어가면 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소름이 돋는다. 사실 그런 마음 자체가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경찰 조사나 재판 상황을 상상하면 머릿속이 하얘진다. 수사 초기 진술이 나중에 어떻게 돌아오는지에 대한 공포가 크다. 어디선가 진술은 번복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미 내뱉은 말들을 다 기억할 수 있을지도 확신이 없다.

변호사 상담을 가기 전과 후의 온도 차이

결국 용기를 내서 작은 사무실에 상담 예약을 잡았다. 한 시간 정도 대화를 했는데 상담 비용으로 20만 원 정도를 냈다. 생각보다 비싸다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 감이 잘 안 잡혔다. 변호사는 참 차분하게 설명을 잘해주셨는데, 이상하게 상담실을 나올 때는 마음이 더 무거웠다. ‘준비서면’을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 혹은 내가 지금 어떤 위치에 있는지에 대해 명확한 지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이 이렇게 법이라는 틀 안에서 휘둘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갑자기 현실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내가 했던 말들이 나중에 허위 진술로 몰릴까 봐 걱정된다고 하니, 그런 건 다 기록에 남으니 무조건 솔직해야 한다고 하셨다. 너무 당연한 말인데 그게 왜 그렇게 어렵게 느껴졌을까.

수임료와 현실적인 선택 사이의 갈등

본격적으로 사건을 맡기려면 수임료를 내야 한다. 구체적인 금액을 듣고 나니 이제 정말 끝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은 돈이 아니다. 이 정도 돈을 쓰고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어떡하나, 아니면 애초에 혼자서 해볼 수 있는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노인복지법이나 다른 특별법 관련해서도 찾아봤는데, 상황마다 다 대응이 다르니 인터넷 정보는 사실상 쓸모가 없었다. 돈은 돈대로 나가고, 결과는 아무도 장담 못 한다고 하니 이게 보험이랑 뭐가 다른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막상 변호사 없이 혼자 대응하다가 잘못된 진술이라도 하면 그 대가는 훨씬 클 테니까.

아직 해결되지 않은 찝찝함

항소 기간이니 뭐니 하는 법률 용어들이 지금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가 된 게 참 낯설다. 사건이 터지고 나서 매일 밤 잠을 설친다. 누가 나한테 ‘이렇게 해라’라고 딱 정답을 내려주면 좋겠는데, 그런 건 세상에 없다는 걸 이제야 실감한다.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도 왜 이렇게 떳떳하지 못한 기분이 드는지 모르겠다. 상담을 받고 왔는데도 마음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이제부터는 준비서면인가 뭔가를 같이 준비해야 할 텐데, 서류를 하나하나 들여다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숨이 막힌다. 이게 과연 언제쯤 끝날지, 끝난 뒤에는 다시 예전처럼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살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저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만 더 차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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