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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등기 우편을 처음 받았을 때의 그 기분

누렇게 색이 바랜 서류 봉투의 무게감

어느 날 오후, 우체국 집배원님이 건네주신 누런 등기 우편을 받았을 때의 기분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냥 평범한 세금 고지서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봉투 겉면에 적힌 ‘부산지법’이라는 글자를 보고는 덜컥 겁부터 났다. 평소에 법원 근처에는 가본 적도 없고, 누군가와 크게 다투거나 경찰서 문턱을 넘을 일도 없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막상 등기 우편을 손에 쥐니 손끝이 떨렸다. 사실 예전에 지인들 사이에서 벌어진 다툼이 조금 거칠어지면서 주변에서 ‘특수폭행’이니 ‘상해’니 하는 무서운 단어들을 주고받는 걸 들은 적은 있었지만, 그게 나랑 이렇게 직접적으로 연결될 줄은 몰랐다. 70대 집주인이 임차인에게 문을 부수고 들어갔다가 벌금 100만 원을 받았다는 뉴스를 우연히 봤던 게 떠올랐다. 단순히 화가 나서 문을 발로 차거나 물건을 던진 게, 알고 보면 법적으로는 꽤 무거운 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실감했다.

변호사 사무실의 차가운 상담 분위기

결국 고민 끝에 서초동 근처의 법률 사무소를 예약하고 찾아갔다. 상담 비용은 한 시간에 10만 원에서 20만 원 사이였는데, 꽤 큰돈이라고 느껴졌다. 사무실은 생각보다 훨씬 조용했고, 변호사님은 내 상황을 덤덤하게 물었다. 내가 겪은 건 그리 대단한 사건도 아니었다. 그저 감정싸움 끝에 스마트폰을 들고 위협을 가했던 것뿐인데, 변호사님은 ‘스마트폰도 위험한 물건으로 분류되면 특수폭행으로 넘어갈 수 있다’며 무미건조하게 설명했다. 단순 폭행과 특수폭행의 차이가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인지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인지, 이런 수치들은 사실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냥 ‘아, 내가 인생에서 되돌릴 수 없는 실수를 했구나’라는 후회만 밀려왔다. 사람들은 사기죄니 절도죄니 하는 굵직한 사건들만 뉴스로 접하지만, 실제 법원 문턱을 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사소한 감정 조절 실패로 시작된 경우가 많다는 게 참 씁쓸했다.

고소장 접수 이후의 막막한 시간들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은 정말 지옥 같았다. 낮에는 일을 하다가도 갑자기 휴대전화 벨 소리만 울리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검찰에서 연락이 올까 봐, 혹은 경찰에서 출석 요구가 올까 봐 무서워서 밤에 잠을 설치기도 했다. 사기죄나 알선수재죄처럼 누군가를 속여서 큰돈을 챙긴 것도 아니고, 단지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벌어진 일인데 그 대가는 생각보다 컸다. 변호사님이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는데, 상대방은 이미 마음이 닫힌 상태라 연락조차 쉽지 않았다. 중상해 같은 무거운 사건도 아니고 고작 몇 분 동안 벌어진 일 때문에 인생의 계획이 완전히 틀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왜 진작 감정을 제어하지 못했을까, 왜 화를 내는 방식이 그토록 미숙했을까 하는 생각만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전과 기록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벌금 100만 원 미만은 전과 기록이 공개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기록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지방선거에 나갈 것도 아니고 평범하게 직장 생활을 하는 나에게는 그 사실이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딘가에 내가 ‘범죄자’라는 기록이 남아있다는 사실은 꽤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다. 뉴스를 보면 정치인들이나 주요 공천 후보들 중에도 강력범 출신이 수두룩하다는 기사를 종종 본다. 그런 사람들도 떵떵거리고 사는데 내가 왜 이렇게까지 좌절하나 싶다가도, 결국 내가 저지른 잘못은 오롯이 내 몫이라는 생각에 다시 마음이 무거워졌다. 법적 절차는 생각보다 훨씬 느리고 고통스러웠다.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이 1년 가까운 시간을 소모하게 만들 줄은 몰랐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감정의 앙금

이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그 사건의 기억은 온전히 지워지지 않는다. 변호사 비용, 벌금,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었던 수많은 스트레스들. 다 합치면 꽤 큰 비용이 들었다. 물론 그 돈은 내가 감당해야 할 대가였다. 가끔 뉴스에서 연인 사이의 데이트 폭력이나 가정폭력 소식을 보면, 예전의 나처럼 ‘욱’하는 마음에 인생을 그르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하게 된다. 사람의 성격이 한순간에 변하는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이제는 화가 나는 상황이 오면 그 자리에서 피하는 법을 배웠다. 그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는 걸, 뼈저린 대가를 치르고 나서야 깨달은 셈이다. 지금도 가끔 길을 가다가 예전에 사건이 있었던 동네 근처를 지나치게 되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진다. 완벽하게 해결된 기분은 아니다. 여전히 찜찜하고,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기억일 뿐이다.

“법원 등기 우편을 처음 받았을 때의 그 기분”에 대한 4개의 생각

  1. 부산지법 등기 우편을 받았을 때의 그 당혹스러움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70대 집주인의 사례를 보면서, 작은 감정대로 행동했을 때 얼마나 큰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지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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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부산지법 우편을 받으셨을 때의 그 순간, 억울함과 불안감이 한꺼번에 느껴지네요. 70대 집주인의 뉴스도 생각나면서, 그때의 판단이 얼마나 잘못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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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그렇게 작은 일로 인생이 망가지는 느낌이 정말 와닿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순간적으로 망치고 싶다는 생각만 했었는데, 시간 지나고 보니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마음을 차분하게 가지려고 노력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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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부산지법 등기 우편을 받으니 순간적으로 덩어리가 커진 것 같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겪었던 감정들이 얼마나 민감했는지 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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