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법률 자문을 받고도 마음이 개운하지 않았던 날

처음으로 변호사 사무실 문을 두드렸던 이유

작년 이맘때쯤이었나, 회사에서 임금 체불 문제로 골머리를 앓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법률 자문을 알아봤다. 사실 처음에는 노동청에 신고만 하면 알아서 다 해결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닥쳐보니 이게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더라. 상대방은 법인 양도양수 과정에서 자산이 묶였다는 핑계만 대고,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아는 분을 통해 구리시 근처의 변호사 사무실을 소개받았다. 상담비가 시간당 15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 한다고 들어서, 굳이 여기까지 가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그냥 인터넷 검색만으로는 한계가 느껴졌다.

상담실에서 마주한 사무적인 분위기

막상 사무실에 들어서니 분위기가 생각보다 더 차가웠다. 변호사는 내가 가져간 임금 대장과 근로계약서 사본을 훑어보더니, 덤덤하게 현실적인 가능성들을 읊어주기 시작했다. 법인 명의가 바뀌었으니 압류가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 공정거래조정원 등을 통해 조정을 시도해볼 수는 있지만 강제력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들. 듣다 보니 내가 기대했던 ‘사이다’ 같은 해결책은 없었다. 오히려 ‘임금체불형사처벌’까지 가려면 입증 자료가 훨씬 더 상세해야 한다며, 내가 준비한 것보다 더 많은 서류를 요구했다. 상담 내내 내가 느낀 건 ‘내가 정말 복잡한 곳에 발을 담갔구나’ 하는 막막함이었다.

법률 용어와 현실 사이의 괴리

변호사가 말해준 ‘국가계약법시행령’이나 ‘가맹사업’ 관련 판례들은 솔직히 내 상황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물론 전문가의 의견이니 중요하겠지만, 당장 내 월급이 들어오느냐 아니냐가 급한 사람에게는 그런 이론적인 분석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 상담 시간 50분이 거의 다 되어갈 때쯤, 내가 ‘그래서 지금 당장 제가 할 수 있는 게 뭐죠?’라고 물었더니, ‘증거를 최대한 모아서 내용증명부터 보내보라’는 형식적인 답변만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든 생각은 ‘돈은 돈대로 쓰고 내 상황은 여전히 제자리’라는 씁쓸함뿐이었다.

서류 뭉치를 들고 고민하던 시간들

집에 와서 변호사가 요구한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그냥 대충 엑셀로 정리했던 임금 내역을 다시 일일이 확인하고,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시간순으로 정리하는 작업이 생각보다 고됐다. 밤늦게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보니 이게 대체 무슨 짓인가 싶기도 했다. 어떤 날은 너무 화가 나서 포기하고 싶다가도, 다음 날 통장 잔고를 확인하면 다시 정신이 들었다. 변호사가 말해준 대로 ‘정보공개서’를 뒤져보고 법인 등기부를 떼어보는 일이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지만 결국 발로 뛰는 건 나 자신이었다는 사실이 묘하게 불쾌했다.

해결되지 않은 의문들과 남은 감정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 상담이 아주 무의미했던 건 아니다. 적어도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법적으로 어떤 대응이 가능한지 큰 틀은 잡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이후로도 몇 번 더 법률 상담을 받아보려다가 관뒀다. 변호사들도 결국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가능한 경우의 수만 말해줄 뿐, 내 삶이 처한 실질적인 고통까지 해결해주지는 못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요즘은 가끔 뉴스에서 의회 파행이나 자치경찰제 개편 같은 소식을 들으면, 저런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도 다들 이렇게 법과 씨름하며 살겠구나 싶어 묘한 동질감이 든다. 법이라는 게 참 멀고도 가깝다. 문제가 생겼을 땐 전부 다 해결해줄 것 같았는데, 막상 닥쳐보면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할 몫이 너무 크다는 게 가끔은 여전히 억울하고 답답하다.

“법률 자문을 받고도 마음이 개운하지 않았던 날”에 대한 4개의 생각

  1. 솔직히 그때 변호사님 말씀처럼 현실적인 가능성만 말씀해주시는 건 좀 답답했어요. 임금체불 문제 해결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직접 자료를 조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응답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