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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명령 신청서를 쓰다가 하루를 다 보냈다

어제는 정말 종일 붙잡고 있었던 것 같다. 친구에게 빌려준 돈, 정확히는 사업 초기 자본금 명목으로 건넸던 3천만 원을 돌려받지 못해서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됐다. 처음엔 좋게 해결하고 싶어서 카톡도 보내보고 가끔은 전화를 걸어 언제 줄 수 있냐고 물어보기도 했는데, 돌아오는 건 항상 다음 달, 혹은 사정이 좀 풀리면 이라는 말뿐이었다. 사실 그게 2년 전 일이다. 2년 동안 말로만 하다가 이제는 정말 안 되겠다 싶어서 법률 상담을 여기저기 기웃거려봤다.

법률 구조공단과 전화 상담의 현실

처음에는 법률구조공단에 전화를 걸었다. 대기 시간이 길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막상 전화를 연결하고 상담원과 통화하기까지 40분은 족히 기다린 것 같다. 막상 통화가 연결되니 내 상황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도 일이었다. 상담원은 대뜸 지급명령 신청서를 작성해서 법원에 제출하라고 했다. 뭐랄까, 나는 지금 마음이 급하고 당장이라도 상대방 통장을 압류하고 싶은 심정인데, 서류 준비가 우선이라는 말만 들으니 힘이 쭉 빠졌다. 인터넷에 검색해서 지급명령 신청서 양식을 찾았는데, 이게 또 왜 이렇게 복잡한 건지. 채권자의 주소, 채무자의 주민등록번호, 청구 취지와 이유를 적어야 하는데, 내가 알고 있는 정보가 정확한지부터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경매 사이트를 들락거리는 기분

상대방이 사업을 정리한다는 소문을 듣고 나서부터는 나도 모르게 경매 사이트를 기웃거리게 됐다. 혹시나 내 돈을 갚지 않기 위해 재산을 빼돌리거나, 이미 경매에 넘어간 물건이 있나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법원 경매 정보 사이트를 보는데 온통 모르는 용어뿐이라 머리가 아팠다. 배당요구 종기일이니 채권 신고 기간이니 하는 말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게 내 돈을 받아내는 데 당장 무슨 도움이 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냥 괜히 불안감만 커졌다. 친구가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나한테도 배당이 떨어질까 하는 헛된 기대만 갖게 되는 것 같다. 사실 그럴 확률은 거의 희박하다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말이다.

동업 계약서라는 이름의 굴레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썼던 동업 계약서였다. 그때는 서로 믿고 지내던 사이라 대충 형식만 갖춰서 썼는데, 지금 와서 다시 읽어보니 내가 너무 무지했구나 싶다. 수익 배분에 대한 조항은 꼼꼼히 적어놓고, 막상 사업이 망했을 때 투자금을 어떻게 반환할지에 대해서는 한 줄도 제대로 적어두지 않았다. 변호사 사무실에 가서 물어볼까 싶어 비용을 알아봤는데, 수임료가 적게는 몇백만 원부터 시작한다고 해서 바로 마음을 접었다. 빌려준 돈 3천만 원을 받으려고 또 돈을 쓰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그냥 수업료 셈 치고 잊어버리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은 건지 아직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채권추심과 현실적인 고뇌

고려신용정보 같은 곳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주변에서 말하더라. 근데 막상 내 이름으로 채권추심을 의뢰한다는 게 왠지 범죄 영화에서나 나오는 일 같아서 멈칫하게 된다. 상대방에게 압박을 주는 건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정말로 돈을 받아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친구의 부모님 번호를 알아내 연락해 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건 너무 비겁한 짓 같아서 며칠째 휴대폰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어차피 법대로 하려고 마음먹었으면서도, 왜 이렇게 감정적으로 머뭇거리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질문들

오늘도 법원 전자소송 사이트에서 서류를 작성하다가 임시 저장만 눌러두고 나왔다. 지급명령을 신청하면 상대방이 이의를 제기할 것이 뻔한데, 그렇게 되면 결국 정식 재판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더 지치게 만든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기다려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참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게 너무 막막하다. 돈을 받는 게 우선인지, 내 감정을 정리하는 게 우선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내일은 다시 관할 법원을 검색해 봐야겠다. 법원까지 가는 버스비랑 서류 발급 비용이 또 얼마나 들지, 아니면 내가 직접 가는 게 나을지, 정말 끝이 없는 고민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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