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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 담긴 무게감

갑작스런 통지서 한 장에 덜컥 겁부터 났다

며칠 전 우편함에서 누런 봉투를 하나 꺼냈는데, 겉면에 찍힌 발신처를 보고는 손이 좀 떨렸다. 살면서 이런 걸 받아볼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마주하니 덜컥 겁부터 났다. 평소에 법률 문제라고 하면 그저 뉴스에 나오는 먼 나라 이야기인 줄만 알았다. 막상 내가 당사자가 되니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할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주변에 물어볼 사람도 마땅치 않고, 검색창에 검색을 해봐도 다들 광고성 글들뿐이라 머리만 더 복잡해졌다.

15분 남짓한 통화에 오고 간 비용의 무게

결국 무작정 변호사 사무실 몇 군데에 전화를 걸어봤다. 처음에는 무료 상담이 가능한 곳 위주로 찾아보려 했는데, 막상 전화를 하니 다들 사무장인지 누군지가 먼저 상황을 끊어 묻기만 하고 정작 변호사와 제대로 이야기하려면 상담료가 발생한다고 했다. 대략 30분이나 한 시간 단위로 끊어서 받는데, 보통 5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를 부르는 곳이 많았다. 90분에 5만 원대라는 곳도 있었지만, 거기까지 찾아가는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과연 그게 합리적인 선택일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전화를 끊고 나서 문자로 입금 계좌를 받았는데, 왠지 모르게 씁쓸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질문을 정리하는 것조차 숙제처럼 느껴져

상담을 예약해두고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횡설수설하다가 상담 시간만 날릴까 봐 A4 용지에 사건의 시간 순서를 대충 적어 내려갔는데, 써놓고 보니 참 별것 아닌 일로 호들갑을 떠는 것 같기도 하고, 반대로 너무 중요한 부분을 빠뜨린 것 같아 불안하기도 했다. 금융 관련 전문 변호사를 찾아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동네 가까운 법무법인을 찾아야 하는 건지 그것조차 판단이 안 섰다. 결국은 1644번대로 시작하는 상담 번호를 눌렀지만,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내 고민의 무게가 왠지 더 가벼운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마주한 현실적인 벽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노동권리보호관 제도 같은 게 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 서울시에 사는 사람들은 월 소득이 일정 기준 이하라면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하던데, 나는 이미 그 기준을 애매하게 넘어서는 상황이라 해당 사항이 없었다. 소송 비용을 대신 부담해준다는 제도는 참 좋아 보였지만, 막상 대상자가 아니라고 하니 괜히 더 서글퍼지는 기분이었다. 인천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나 대형 로펌의 화려한 홍보 문구를 보다가 현실로 돌아오니, 법이라는 게 참 높은 문턱을 가지고 있구나 싶었다.

해결되지 않은 찝찝함을 안고

상담을 마치고 나서도 속이 시원하지는 않다. 이게 정말 최선의 길인지, 혹은 내가 변호사의 말에 너무 휘둘린 건 아닌지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사건의 원금과 이자, 그리고 소송까지 가는 비용을 다 따져보니 차라리 그냥 조용히 합의하는 게 나은 건지 아니면 끝까지 가야 하는 건지 결론이 나질 않는다. 성공보수 이야기를 꺼내는 변호사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그걸 감당해야 하는 건 온전히 내 몫이다. 오늘 밤도 잠이 잘 오지 않을 것 같다. 서류를 다시 한번 읽어보는데, 낯선 법률 용어들이 다시금 나를 작아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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