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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민센터에서 마을변호사 신청했다가 겪은 소소한 당황스러움

마을변호사라는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갑자기 내용증명 비슷한 우편물을 받고 나서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잤다. 별거 아닌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법률 용어가 적힌 종이를 손에 쥐니 머릿속이 하얘지더라. 주변에 아는 변호사가 있을 리도 만무하고, 그렇다고 비싼 수임료를 들여가며 상담을 받기에는 사안이 조금 애매했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마을변호사’ 제도를 보게 되었다. 사실 평소에 동주민센터 앞을 지나다니면서도 그런 게 있는지 몰랐는데, 생각보다 문턱이 낮아 보였다.

동주민센터 방문과 서류의 무게

실제로 주민센터에 가서 상담을 신청하려고 보니 생각보다 절차가 구체적이었다. 내가 사는 곳은 청량리 근처인데, 다행히 동네 주민센터에서도 마을변호사 상담 예약이 가능했다. 창구 직원분은 친절했지만, 막상 내 상황을 구구절절 설명하려니 뒤에 서 있는 다른 주민들 눈치가 보였다. 한 30분 정도 대기했나. 상담 예약을 잡는 것 자체가 무슨 큰일을 치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상담비는 무료라고 하는데, 정작 내 시간을 쓰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묘한 피로감이 있었다. 이게 과연 실질적인 도움이 될까 싶은 의구심도 계속 들었다.

생각보다 길었던 기다림의 시간

상담 예약이 바로 되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내가 신청한 날짜에 바로 변호사가 와 있는 게 아니라, 신청서를 넣고 연락을 기다려야 하는 구조였다. 대략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그 일주일 동안 마음이 더 졸아들었다. 온라인으로도 신청이 가능하다는 걸 나중에 알았는데, 처음에는 무작정 찾아간 거라 더 우왕좌왕했던 것 같다. 총 3,431만 원 정도 예산을 들여서 운영되는 프로젝트라는 글을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정작 내 순번을 기다릴 때는 그런 거창한 통계보다는 내 문제 하나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절실했다.

상담 당일의 짧은 대화

드디어 상담 당일, 변호사님과 마주 앉았다. 인권변호사나 공익 활동을 하는 분들이 참여한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사무적인 분위기였다. 내가 준비해 간 서류를 훑어보는 데 5분, 내가 질문하는 데 5분, 답변을 듣는 데 5분. 정확히 15분 정도 상담이 진행되었다. 내 사건이 대단한 승소 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실 법적으로 따지면 내가 조금 불리한 위치라는 걸 확인받는 시간이었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혼자 끙끙 앓던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정도는 명확해졌다. 이게 소송까지 갈 일은 아니라는 말을 들으니 오히려 안심이 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좀 허탈하기도 했다.

하고 나니 남는 모호한 기분

마을변호사 제도가 분명 유용하긴 한데, 이게 만능은 아니라는 걸 체감했다. 내가 겪은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 줄 거라는 기대는 애초에 접어두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래도 낯선 법률 용어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때보다는 확실히 현실 감각이 생겼다. 상담이 끝나고 나오는 길에 주민센터 앞 벤치에 잠깐 앉아 있었는데, 내가 왜 그렇게 고민했나 싶더라.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이렇게 물어볼 곳이 있다는 건 다행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나처럼 사소한 법적 문제로 일상이 흔들리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 결과가 내가 원하던 답변은 아니었지만, 더 이상 인터넷 검색창에 같은 키워드를 반복해서 넣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일단은 마무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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