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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증명 한 장 보내는 게 왜 이렇게 마음이 무거운지 모르겠다

일단 우체국부터 다녀왔다

친한 형이라 믿고 빌려줬던 돈이 1,500만 원 정도 된다. 처음에는 그냥 급한 불만 끄면 바로 갚겠다고 호언장담하길래 차용증도 따로 안 썼다. 아니, 사실 차용증을 쓰자고 말하는 것 자체가 그 관계를 무너뜨리는 것 같아서 망설여졌다. 바보 같지만, 그때는 그게 인간적인 예의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6개월, 1년 지나가니까 이제는 연락을 피하기 시작하더라. 어제 동네 우체국에 가서 내용증명이라는 걸 처음 써서 보냈다. 3통을 뽑아서 봉투에 넣고 창구에서 도장을 찍는데, 이게 뭐라고 손이 다 떨렸다. 수수료가 5,000원 조금 넘게 나왔나, 아무튼 돈 몇 푼보다 이 서류가 갖는 무게감이 이상하게 버거웠다.

내용증명 양식 잡느라 밤을 샜다

무작정 법률사무소에 전화를 걸어볼까 하다가 비용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직접 작성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서식들을 보는데, 이게 다 하나같이 딱딱한 법률 용어로 가득 차 있다. ‘대여금 반환 청구’니 ‘채무 불이행’이니 하는 단어들을 내 손으로 타자 치고 있으니까 기분이 참 묘했다. 몇 년 전 뉴스에서 본 소액 분쟁 사례들이 자꾸 떠오르는데, 막상 내 일이 되니까 누구를 원망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잊어야 할지 마음이 하루에도 열두 번씩 바뀐다. 내용증명에는 언제 얼마를 빌려줬고, 언제까지 갚기로 했는지 최대한 담백하게 적으려고 애썼다. 감정 섞인 문장을 넣으면 오히려 나중에 불리할 수도 있다는 글을 어디서 봐서 최대한 사무적인 톤을 유지했다.

소액청구소송은 정말 최후의 수단일까

내용증명을 보낸 뒤에는 이제 답장이 오기를 기다리는 시간이다. 사실 큰 기대는 안 한다. 이미 몇 달째 연락을 두절한 사람이 이 종이 한 장 받았다고 갑자기 태도를 바꿀까 싶다. 주변에서는 차라리 바로 법원에 가서 소액심판제도 같은 걸 알아보라고 하는데, 막상 법원에 갈 생각을 하니까 벌써 피곤하다. 평일 낮에 시간을 내서 서류를 준비하고, 재판 날짜 맞춰서 나가고 하는 과정이 생업을 유지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인지 모르겠다. 돈을 떼인 사람 입장에서는 돈도 돈인데, 그 사람과 얽힌 기억 자체가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재직증명서나 통장 거래 내역 같은 증거들을 하나하나 모으는데, 이게 나라는 사람의 지난 시간들을 확인하는 작업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다.

생각보다 더 복잡해지는 현실

어디서는 증거가 없으면 증여로 간주될 수도 있다고 해서 불안하다. 그냥 계좌이체 내역만으로는 부족한가 싶어 카톡 대화 내용까지 다 뒤져서 출력했다. 3년 전 대화까지 거슬러 올라가니까 내가 왜 그때 그 사람을 믿었을까 하는 자괴감만 든다. 빌려준 돈을 받는다는 게 단순히 계좌로 다시 입금받는 과정이 아니라, 엉망이 된 신뢰를 법적으로 강제하는 과정이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추심 업체 같은 곳에 넘기는 방법도 있다던데, 거기는 또 얼마나 가져가는 건지, 그리고 정말 깔끔하게 해결은 되는 건지 의문만 가득하다.

아직도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

내용증명이 상대방에게 잘 전달되었다는 등기 확인 문자를 받았다. 그런데도 마음은 여전히 불안하다. 내일 당장 그 사람에게서 전화가 올까, 아니면 그냥 계속 무시할까. 사실 돈을 돌려받는 것보다 더 힘든 건, 이런 일을 겪으면서 사람에 대한 기준이 계속 바뀌어간다는 점이다. 앞으로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줄 일은 절대 없겠지만, 지금 당장 내 통장에 찍혀야 할 숫자가 비어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처럼 느껴진다. 조금 더 기다려봐야겠지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지 아니면 여기서 멈춰야 할지 고민은 오늘 밤도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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