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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사건 합의서를 쓰고 나서 집에 오는 길에 든 생각

서류 하나에 오가는 감정의 무게

며칠 전 법률 사무소에 다녀왔다. 살면서 이런 곳에 갈 일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처음에는 그냥 금전대차계약서나 적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인 줄 알았다. 그런데 상황이 조금 꼬이면서 결국 형사 사건으로 번져버렸다. 경찰서에서 연락을 받았을 때의 그 기분은 지금도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다. 이름 모를 변호사 사무실을 기웃거리며 상담료로 15만 원을 냈던 게 아마 지난달 초였던 것 같다. 상담해주시는 분은 꽤 담담하게 설명을 이어갔지만, 내 귀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빨리 이 상황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형사 합의서라는 이름의 서류

결국 합의를 하기로 했다. 합의서라는 걸 실제로 써보니 생각보다 별거 없다는 사실이 더 허탈했다. 몇 줄 안 되는 문장 속에 누군가의 과실과 누군가의 용서가 담긴다. 물론 법률적인 용어들이 빼곡해서 제대로 읽으려면 머리가 아프다. 예전에 주택임대차계약서를 쓸 때 느꼈던 그 막막함과는 또 다른 무게였다. 상대방은 변호사를 대동해서 나왔는데, 나는 그냥 혼자 나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학폭전문로펌 같은 곳을 좀 더 알아보고 갔어야 했나 싶기도 하다. 아니면 적어도 법률 자문이라도 더 꼼꼼히 받을 걸 그랬다.

구약식 벌금형과 정식 재판 사이에서

담당 수사관은 나에게 구약식으로 처리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정식 재판까지는 안 갈 것 같으니 너무 걱정 말라는데, 사실 그게 걱정 안 할 일인가 싶다. 벌금형이 확정되면 그게 내 인생에 어떤 흔적으로 남을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법률 용어들이 뉴스에서나 보던 것들이라 그런지 나랑은 상관없는 일인 줄 알았는데, 막상 이렇게 직접 겪게 되니 참 생소하다. 형사재판절차라는 게 단순히 문장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실제 사람들의 시간을 얼마나 많이 잡아먹는지 직접 겪어봐야만 알 수 있는 것 같다.

택시 안에서 든 쓸데없는 잡념

돌아오는 길에 택시를 탔는데, 뉴스에서 부산에서 구속 피의자가 도주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화장실 창문을 통해 나갔다던데, 그런 걸 들으니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이 절차가 정말 제대로 된 해결책인지 의문이 들었다. 단순히 합의서를 쓴다고 해서 내 마음속에 남아있는 불편함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사건 당사자들끼리 얽힌 감정은 서류에 적힌 금액만으로는 다 정리가 안 되는 법이다. 30분 남짓한 택시 안에서 그 생각을 계속했다. 돈은 돈대로 나가고, 감정은 감정대로 닳아버린 느낌이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들

합의서를 건네고 나니 확실히 진행은 빨라졌다. 이제 조만간 통지서가 날아올 것이다. 신변보호요청이나 지급명령신청서양식을 찾아보며 마음 졸였던 시간들이 이제야 조금 잦아드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면 왠지 모를 찝찝함이 남는다. 내가 더 잘 대처할 수 있었을까? 아니면 그냥 운이 나빴던 걸까? 이런 고민을 한다고 해서 결과가 바뀌진 않겠지만, 사람이 참 간사하게도 자꾸 지난 일을 복기하게 된다. 아마 몇 달이 지나도 이 날의 기억은 꽤 선명하게 남을 것 같다. 딱히 결론이 나지 않는 이런 마음을 안고 오늘도 그냥저냥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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