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정리라는 게 생각보다 훨씬 끈적거리는 일이었다
몇 년 전,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건물을 올리는 시행사를 운영하다가 프로젝트가 끝난 뒤 법인을 정리하려고 마음먹었다. 처음에는 그냥 세무사 사무실에 전화 한 통 넣으면 알아서 다 깔끔하게 처리되는 줄 알았다. 부동산 PM 업무가 꼬이면서 현금 흐름이 막히는 바람에, 더 이상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근데 막상 서류를 들여다보니 이게 단순한 ‘삭제’ 버튼 누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더라. 법인해산 등기부터 시작해서 청산인 선임, 그리고 뭐 대차대조표인가 하는 걸 맞춰야 하는데, 이 과정이 정말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시행사 법인의 잔여물 처리하기
우리 회사는 사실 현장만 돌리던 곳이라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신탁회사랑 엮여 있는 대출 원리금 문제나, 아직 다 털어내지 못한 미수금 같은 게 발목을 잡았다. 법인청산 절차를 밟으려니 채권자들한테 일일이 통지를 해야 하는데, 내가 연락처도 모르는 영세 업체들까지 다 챙겨야 한다는 사실이 좀 막막했다. 어떤 채권은 24년 전 소멸시효가 이미 지났을 법한 낡은 것들까지 튀어나오는데, 이게 법인 매각 쪽으로 알아보면 또 분위기가 다르더라. 매각을 하느냐 아니면 그냥 청산으로 가느냐, 이 선택지 사이에서 한 일주일 정도는 잠도 제대로 못 잤던 것 같다.
서류 뭉치 들고 돌아다닌 시간들
내가 직접 법무사를 찾아가서 상담을 받았을 때, 비용이 대략 300만 원에서 500만 원 정도는 잡아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솔직히 좀 놀랐다. 그냥 문 닫는 데 돈이 이렇게 많이 들어야 하나 싶어서 멍하니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난다. 강남 쪽 법무법인 사무실이었는데, 비싼 월세를 내는 사무실답게 상담은 건조했다. 그들은 내가 가진 법인의 가치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걸 알면서도, 그 뒷수습 비용을 꼼꼼하게 따지더라. 대기 시간만 40분이었는데, 그동안 커피만 세 잔을 마셨다. 차라리 누군가에게 법인을 넘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덜컥 인수했다가 나중에 덤터기를 쓸까 봐 불안해서 포기했다.
매각과 청산 사이의 모호한 경계
가끔 뉴스에서 코빗이나 케이조선 같은 기업들이 매각되고 합병되는 걸 보면 대단해 보이지만, 소규모 시행사 입장에서는 그냥 ‘어떻게 하면 깔끔하게 털고 나갈까’가 제일 중요하다. SK스퀘어 같은 대기업들이 자산 리밸런싱 하듯이 우리 같은 영세 사업자들도 사업을 접을 때 비슷한 고통을 겪는다. 다만 우리는 규모가 작아서 대형 회계법인이 붙어주지도 않으니, 모든 걸 내 손으로 직접 챙겨야 한다. 어떤 날은 세무서에서 온 등기 우편을 뜯어보기도 싫어서 식탁 위에 며칠을 방치해두기도 했다. 그런 사소한 압박감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은 찝찝함
결국 청산 절차를 반쯤 밟다가 지금은 잠시 멈춰 있다. 서류상으로는 얼추 정리가 된 것 같은데, 여전히 신탁회사 쪽에서 들어오는 정산서나 세무당국에서 오는 확인 연락이 가끔 있다. 완전히 ‘안녕’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할까. 누군가는 법인 매각을 추천하기도 하던데, MNA 시장까지 가서 팔 만한 물건도 아니고, 그냥 이대로 시간이 흘러서 자연스럽게 소멸하기만을 바라는 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 요즘은 부동산 시장 분위기도 안 좋아서, 아마 다른 사업자들도 나랑 비슷하게 이도 저도 못 하고 법인을 방치해두고 있지 않을까 싶다. 완벽하게 끝맺음하지 못했다는 묘한 불안감이 여전히 뒷덜미를 잡고 있다.

세무사님 말씀처럼, 예상 못한 서류 작업 때문에 넋 놓고 앉아 있었던 기억이 잘 납니다. 특히 대차대조표 준비하는 게 얼마나 복잡할지 처음엔 상상도 못 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