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함에 꽂혀있던 노란 봉투
며칠 전 퇴근길에 우편함을 확인하는데 낯선 법무법인 이름이 찍힌 등기 우편이 하나 와 있었다. 별생각 없이 뜯어봤다가 내용물을 확인하고는 다리에 힘이 풀렸다. 요지는 간단했다. 내가 스마트스토어에서 판매하던 작은 소품의 브랜드 명이 타인의 상표권을 침해했으니 즉시 판매를 중지하고 합의금을 내라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이게 스팸인가 싶어 한참을 들여다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팔던 건 중국 사이트에서 도매로 떼온 평범한 물건이었고, 상세페이지에 적어둔 이름도 그냥 적당히 예쁜 단어를 골라 쓴 것뿐인데 이게 법적 문제까지 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검색창만 붙들고 보낸 밤들
그날 밤부터 꼬박 며칠 동안 구글링만 했다. ‘상표권 침해’, ‘내용증명 대응’, ‘합의금 얼마’ 같은 검색어를 수십 번씩 바꿔가며 쳤다. 비슷한 고민을 올린 카페 글들을 보면 하나같이 ‘변호사 선임해라’, ‘합의금은 매출의 몇 배다’ 같은 무서운 소리들뿐이었다. 어떤 사람은 수천만 원을 물어줬다는 글도 보였는데, 그걸 읽고 있으니 심장이 떨려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나는 그저 소소하게 용돈 벌이나 하려고 시작한 건데, 갑자기 이게 거대한 법률 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던져진 느낌이었다. 25류니 35류니 하는 분류 코드 개념도 그때 처음 알았다. 내가 등록도 안 하고 쓴 이름이 누군가에게는 수억 원짜리 자산일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제야 실감 났다.
변호사 사무실 문턱에서 느낀 괴리감
답답한 마음에 아는 지인이 소개해준 곳에 전화해봤다. 법률 상담비가 30분당 15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라고 하더라. 내 물건 한 달 매출을 다 합쳐도 몇십만 원 남을까 말까인데, 상담료부터가 벌써 내 예산을 훌쩍 넘겼다. 변호사님은 차분하게 ‘상표권 사용료’와 ‘손해배상’에 대해 설명해주셨지만, 내 머릿속에는 오직 ‘이걸 해결하려면 얼마나 더 큰 돈이 깨질까’라는 생각만 가득했다. 법인 청산이나 큰 기업 간의 분쟁 이야기가 담긴 뉴스들을 읽어봐도 다들 수십 억 단위로 움직이는데, 나 같은 개인 사업자가 이런 틈바구니에서 뭘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결국 변호사 선임은 엄두도 못 내고 그냥 스스로 대응해보기로 했다. 어떻게든 잘 넘어가길 바랄 뿐이었다.
무지했던 대가가 이렇게 무겁구나
가장 뼈아픈 건 내가 너무 무지했다는 거다. 진작에 ‘키프리스’ 같은 곳에서 상표 검색이라도 한번 해보고 시작했더라면 이 고생은 안 했을 텐데. 누군가 내 브랜드 이름을 도용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나쁘긴 하겠지만, 내가 그 피해자가 되어보니 이건 정말 겪지 말아야 할 경험이다. 지금도 가끔 스마트스토어 관리자 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판매 중지 처리된 그 상품 페이지가 남아있는데, 그걸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당장 쇼핑몰 계정을 다 닫아버려야 하나 아니면 남은 재고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매일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들
상대측은 내용증명 하나로 수백만 원의 합의금을 요구하고 있는데, 그 금액이 과연 정당한 건지 아니면 그냥 겁주기용인 건지 여전히 확신이 안 선다. 내가 무지했던 건 맞지만, 그렇다고 내 삶 자체가 흔들릴 정도의 배상을 하는 게 맞는 걸까. 주변에서는 ‘그냥 무시해라’는 사람도 있고 ‘어떻게든 합의해서 끝내라’는 사람도 있어서 누구 말을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 오늘도 며칠째 쳐다보던 그 내용증명 용지를 서랍 속에 다시 집어넣었다. 해결된 건 하나도 없는데,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잊혀질 문제인지 아니면 더 큰 소송으로 번질지 알 수 없는 불안함이 계속 내 주변을 맴돈다. 그냥 조용히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게 최선인지, 아니면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지 오늘 밤에도 결론은 나지 않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