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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상담 예약 한번 했다가 진만 다 빠졌던 날

일단 로톡부터 켜봤는데 뭘 선택해야 할지부터 막막했다

며칠 전 정말 사소하다면 사소하고, 내 입장에서는 꽤 골치 아픈 일 때문에 법률 상담을 고민하게 됐다. 사실 거창한 소송까지 갈 일은 아니었지만, 상대방과 말이 전혀 섞이지 않는 상황이라 답답함이 극에 달해 있었다. 주변에서는 ‘그냥 변호사 사무실에 전화해 봐’라고 쉽게 말하는데, 막상 검색창에 변호사를 치니 나오는 광고들만 수백 개였다. 결국 다들 한 번쯤 들어봤을 로톡 앱을 깔았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니 변호사 리스트가 끝도 없이 펼쳐지는 게 문제였다. 어떤 분은 비용이 15분에 5만 원 정도고, 어떤 분은 30분에 10만 원을 훌쩍 넘겼다. 이게 싼 건지 비싼 건지도 감이 안 오고, 후기는 다들 ‘친절하다’, ‘명쾌하다’ 같은 칭찬 일색이라 진짜 실력이 어떤지 파악하기도 어려웠다. 결국 가장 상단에 뜨는 분 중에 그나마 내 상황과 조금이라도 비슷한 사례를 다뤄본 분을 골라 상담 예약을 눌렀다.

전화 상담 15분의 압박과 생각보다 짧았던 대화

결제하고 기다리는 동안 왠지 모르게 긴장이 됐다. 상담 시간이 다가오니 예전에 뉴스에서 봤던 선관위 투표용지 사태나 뭐 그런 거창한 법적 논란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물론 내 사건은 그에 비하면 동네 싸움 수준이었지만, 법이라는 게 원래 얽히면 사람이 비굴해지는 구석이 있지 않나. 드디어 전화가 왔고, 나는 15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내 상황을 최대한 간결하게 설명하려고 애를 썼다. 그런데 막상 말을 시작하니 횡설수설하게 되더라. ‘그게 아니라, 상대방이 처음에 주소를 물어봤을 때는…’ 이런 식의 불필요한 서사가 길어졌다. 변호사님은 차분하게 끊어치며 핵심만 묻는데, 그게 또 나중에는 내가 정말 말하고 싶었던 감정적인 억울함은 다 거세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15분이라는 시간이 원래 이렇게 짧았나 싶을 정도로 금방 지나갔고, 결론은 ‘그 정도면 명예훼손이나 스토킹으로 고소하기는 애매하다’는 것이었다. 5만 원을 내고 얻은 결론이 ‘하지 마라’라니, 돈이 아까운 건 아니지만 왠지 모를 허탈감이 밀려왔다.

규칙으로 해결한다는 말이 피부로 느껴지던 순간

상담이 끝나고 나니 한동훈 의원이 언젠가 말했던 ‘선관위는 많은 문제를 규칙으로 해결해 버린다’는 기사 내용이 떠올랐다. 거창한 정치적 사안이 아니더라도, 모든 법률적 판단은 결국 딱딱한 조문과 규칙, 그리고 판례의 틈새에서 결정되는구나 싶었다. 내 억울함은 내 기준일 뿐이고, 법적으로 인정받으려면 명확한 증거와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상담 중에 변호사님이 ‘상대방 주소 문제도 주민등록상 주소와 실제 거주지가 다르면 법적 다툼에서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고 하셨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 사실 처음에는 내가 법을 좀 잘 알아서 상대를 꼼짝 못 하게 하고 싶다는 오만함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이 문제가 빨리 잊혔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법률 상담이 만능이 아니라는 뒤늦은 깨달음

어쩌면 나는 법률 상담을 통해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무기’를 얻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변호사라는 직업 자체가 결국 싸움을 붙이기보다 법적 안전선을 그어주는 사람이라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대면 상담을 했다면 20만 원은 족히 깨졌을 텐데, 전화 상담으로 끝내길 잘한 건지 아니면 더 자세히 상담을 받았어야 하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가끔 인터넷에서 법률 조언을 구하는 글들을 보면 나처럼 혼자 끙끙 앓다가 뒤늦게 발을 들이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도 다 이런 기분일까. 법이라는 게 일상과 아주 가까이 붙어 있으면서도, 막상 손을 뻗으면 칼날만 잡게 되는 그런 거리감이 있는 것 같다. 이제는 경찰서에 가서 진술서를 쓸지, 아니면 그냥 조용히 넘길지 또 고민이 된다. 해결된 건 하나도 없는데, 상담료 5만 원만 빠져나간 내 카드 내역서를 보니 왠지 더 씁쓸한 기분이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과연 나는 법을 먼저 찾게 될까, 아니면 그냥 참는 법을 배우게 될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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