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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사무소 문턱을 넘기까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내용증명 한 장 보내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며칠 전부터 속이 타들어 가는 일이 있었다. 대단한 사건은 아니고 그냥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인데, 이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이 참 비굴해진다. 처음에는 그냥 기다리면 주겠지 싶었는데, 두 달이 지나고 세 달이 넘어가니 이젠 연락조차 잘 안 받는다. 주변에서는 변호사 사무실을 한번 가보라는데, 사실 그게 말처럼 쉬운가. 상담료만 해도 시간당 10만 원에서 20만 원은 우습게 깨진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겨우 500만 원 받자고 이 돈을 써야 하나 싶어 망설여졌다. 결국 혼자 어떻게든 해보려고 법률 구조 공단 같은 곳을 기웃거리다가, 결국은 포기하고 그냥 아는 사람 소개로 동네 법률 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

생각보다 차갑고 딱딱한 전화 상담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예상대로 아주 사무적이었다. 내가 상황을 조리 있게 설명하지 못하고 자꾸 감정적인 이야기를 섞으니까, 담당자분이 “그래서 법률적으로 어떤 조치를 원하시냐”고 되물었다. 당황해서 ‘그냥 돈을 받고 싶다’고 하니, “내용증명 발송부터 시작해서 소송까지 가야 할 수도 있는데, 착수금이 얼마 정도 예상된다”는 말이 돌아왔다. 솔직히 나는 ‘그냥 내용증명 한 장만 보내면 알아서 돈을 줄 것 같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는데, 그쪽에서는 그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는 뉘앙스로 말하더라. 통화를 끝내고 나니 오히려 더 막막해졌다. 돈을 돌려받기 위해서 또 돈을 써야 하는 이 상황이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빌라 전세 문제 겪는 사람들 생각에 잠시 멈칫

상담을 고민하면서 인터넷에서 이런저런 사례를 찾아보다가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개인회생을 고민한다는 글을 보게 됐다. 나는 고작 몇백만 원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데, 집 보증금을 전부 잃고 법률적 보호조차 받기 힘들어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을 보니 갑자기 내가 너무 유난을 떠는 건가 싶어졌다. 특히 이주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 문제로 사업주에게 5천만 원짜리 보복 소송을 당했다는 기사를 봤을 때는 정말 할 말을 잃었다. 법이라는 게 원래 약자를 보호하는 건 줄 알았는데, 실상은 법을 잘 아는 사람이 더 잘 활용해서 상대를 괴롭히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참 씁쓸했다. 법전을 아무리 뒤져봐도 내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 줄 명쾌한 답은 없는 것 같다.

결국 스스로 해결하는 법을 찾아야 하는 건지

결국 변호사를 선임하는 쪽보다는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다시 한번 연락을 취해보기로 했다. 내용증명 양식도 여기저기서 보고 있는데, 이것도 참 복잡하다. 너무 세게 나가면 아예 연락을 끊어버릴까 봐 무섭고, 너무 약하게 쓰면 그냥 무시할 것 같다. 새벽에 혼자 앉아서 문구를 지웠다 썼다 하다가 관두기를 반복한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도 상대방은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살고 있을 거라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정작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렇게 고민만 하는 것뿐이다. 법률이라는 거창한 시스템이 나 같은 사람에게는 너무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내일은 직접 관할 법원에 가서 민사소송 절차나 지급명령 신청에 대해 조금 더 물어볼 생각이다. 물론 창구에 계신 분들이 얼마나 친절하게 답변해 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변호사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보다는 부담이 적겠지. 친구는 차라리 그냥 포기하고 정신 건강 챙기는 게 이득이라고 하는데, 그게 마음처럼 쉽게 되나. 나중에 생각해보면 이 몇백만 원 때문에 이렇게까지 에너지를 쏟은 게 허무할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지금도 이게 올바른 방향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냥 내일 가서 서류나 한 번 떼어보고, 마음을 좀 가다듬어야겠다. 당장 해결될 일은 아니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고 스스로 위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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