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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문턱을 넘는 게 이렇게까지 무거운 일일 줄이야

어제는 퇴근길에 무작정 법원 사거리 근처를 서성였다. 몇 달 전부터 계속 신경 쓰이던 일이 있었는데, 더 이상 혼자 끙끙 앓는 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사실 진작에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법률사무소라는 공간 자체가 주는 그 딱딱하고 서늘한 느낌이 싫어서 자꾸 미루게 되더라. 막상 걷다 보니 간판마다 ‘이혼 전문’, ‘가사 전문’ 같은 문구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그 글자들을 하나하나 읽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예약 없이 찾아가기엔 너무 낯설었던 풍경

무작정 들어갈 용기는 없어서 근처 카페에 앉아 핸드폰으로 상담 예약을 알아봤다. 요즘은 비용 걱정 없이 1:1 상담을 해준다는 곳도 많던데, 막상 메시지를 보내려니 손이 떨렸다. 내가 겪는 일이 정말 법적으로 대응할 만한 사안인지, 아니면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지조차 가늠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쉽게 전문가를 찾아가 도움을 받는다던데, 왜 나한테는 이 과정이 이렇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건지 모르겠다. 상담료는 보통 30분 기준으로 10만 원에서 20만 원 사이인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 이게 아까워서가 아니라 돈을 내고 내 치부를 드러내야 한다는 사실이 참 씁쓸하게 다가왔다.

매체에서 보던 변호사 상담과는 달랐던 느낌

최근 뉴스에서 아나운서 출신 황현주 씨가 가정폭력 피해 사실을 밝히며 변호사를 찾아갔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그때 변호사가 했던 말이 ‘CCTV를 피해 계단에서 밀친 건 살인 미수나 다름없다’고 했다던데, 그걸 보면서 나도 모르게 등골이 서늘해졌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일상 속에서도 누군가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를 받아야 할 만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구나 싶어서. 그런데 막상 내가 그 당사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머릿속이 하얘졌다. TV 속의 일은 그저 타인의 서사처럼 들렸는데, 내가 직접 겪는 법률적 문제는 실존하는 공포와 더 가깝더라.

전문가의 조언보다 우선이었던 나의 망설임

경주나 거제 같은 곳에 있는 법무사 사무실을 찾아야 할지, 아니면 아예 서울 쪽 대형 법률사무소를 가야 할지 고민하며 웹사이트를 수십 번 새로고침했다. 사실 누가 더 잘하는지, 어떤 변호사가 더 공감해줄지는 가봐야 아는 건데도 자꾸 후기만 찾게 된다. 이미 상담을 받아본 사람들의 글을 읽다 보면 나랑 비슷한 상황을 겪은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아 조금 안도감이 들다가도,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이게 해결될 수 있는 일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법률 용어는 왜 그렇게 어렵고 낯선지, 그냥 일상적인 대화로 내 이야기를 풀어놓고 싶은데 변호사 앞에서는 무언가 ‘증명’해야 할 것만 같다.

아직 결론 내리지 못한 고민들

사실 상담을 받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며칠 전이고, 예약을 했다가 취소한 것만 벌써 세 번째다.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다 털어놓고 나면 마음이 좀 편해질까, 아니면 오히려 더 복잡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드는 건 아닐까 걱정이다. 법률 상담이라는 게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내 삶의 불투명한 부분을 누군가에게 강제로 확인받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어제도 결국 사무실 근처까지만 갔다가 커피만 마시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 답답한 마음을 정리하려면 결국은 그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겠는데,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다음 주에는 진짜로 예약을 잡을 수 있을지, 아니면 또 이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게 될지 나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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