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날아온 등기 한 통의 무게
지난달 초였던 것 같다. 평소처럼 쇼핑몰 주문 건을 확인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법무법인에서 보낸 내용증명 등기가 하나 날아왔다. 처음에는 카드사나 광고성 우편인 줄 알았다. 그런데 봉투를 뜯어보니 웬 디자인 저작권 침해 관련 내용이 적혀 있었다. 내가 판매하던 모자 디자인 중 하나가 타 업체의 디자인과 너무 흡사하다는 거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어디서 본 것 같아서 동대문 도매상에서 떼어온 물건이었는데, 이게 이렇게까지 일이 커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동대문 도매상과의 관계가 참 애매해졌다
내용증명에는 저작권 침해 운운하며 합의금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금액은 200만 원 선이었는데, 이게 적다면 적고 많다면 엄청나게 부담스러운 돈이라 며칠 밤을 설쳤다. 물건을 공급해 준 도매상 사장님께 연락을 해봤지만, 그분은 자기들도 어디선가 보고 만든 거라며 나 몰라라 하는 눈치였다. 법적으로 따지자면 디자인 등록 비용도 내가 낸 게 아니고, 애초에 도매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디자인이라 당연히 괜찮을 거라 생각했던 내 안일함이 원망스러웠다. 디자인 등록이 되어 있는지도 확인하지 않고 물건을 올린 내 잘못이 크다는 걸 그때야 깨달았다.
저작권 전문 변호사를 찾아야 할까 고민하던 시간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일단 저작권 전문 변호사라도 찾아가서 상담을 받아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상담 비용도 보통 30분당 10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 한다고 해서, 그것도 다 돈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법률상담 플랫폼에서 검색을 해보니 답변은 다 비슷한 말뿐이었다. ‘합의하지 마라’, ‘내용증명은 강제성이 없다’ 같은 말들이 많았지만, 막상 고소를 당할 수도 있다는 압박감을 이기기는 쉽지 않았다. 특히 업무방해죄로 고소하겠다는 으름장까지 놓으니, 영세한 쇼핑몰 입장에서는 사실상 영업을 중단하고 대응에만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결국은 증거 싸움이라는 허무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니, 이런 식으로 합의금을 노리는 NPE나 일부 업체들이 기획 소송처럼 내용증명을 대량으로 뿌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정말 그런 건지, 아니면 진짜 내 물건이 그들의 창작물을 침해한 건지 판별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디자인이라는 게 워낙 비슷비슷한 게 많아서, 이게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저작물’인지 아니면 ‘일반적인 상품 디자인’인지 구분하는 것도 애매했다. 결국 변호사 친구 하나를 건너건너 물어보니, 일단 상대측이 디자인 특허나 등록을 실제로 마쳤는지 확인부터 해보라고 했다. 디자인 등록 비용이 아까워서 안 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말에 약간의 희망이 생겼다.
지금도 등기 우편함만 보면 가슴이 철렁한다
사건은 아직 완전히 마무리된 건 아니다. 나는 일단 무대응으로 일관하며 물건을 내리고 판매를 중단했다. 상담했던 변호사는 무작정 합의금을 주는 건 나중에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가끔 문자로 오는 광고 메시지나 우체국 등기 알림만 봐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저작권이라는 게 이렇게 무서운 건지, 단순히 물건을 떼어다 파는 일에도 이렇게 전문적인 법적 지식이 필요하다는 걸 진작 알았더라면 이렇게 시작하지 않았을 것 같다. 지금은 그냥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매달 꼬박꼬박 정산받는 매출보다 이런 법적인 리스크가 훨씬 더 크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도매상 사장님 반응이 딱 그랬을 수도 있겠네요. 저작권 문제에 대해 처음부터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있었을 텐데요.
모자 디자인 때문에 이렇게까지 신경 쓰게 될 줄은 몰랐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법적인 문제에 대해 더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동대문 도매상 반응이 이해가 안 돼요. 디자인이 흔한 스타일인데도 법적 대응을 한 건, 혹시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제 경험으로도 디자인은 정말 비슷비슷한 것들이 많아서, 등록이 안 되어 있는 디자인에 대한 분쟁은 곤란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