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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합의서 써주느라 밤샜던 기억

합의서 하나 때문에 새벽까지 고민했던 날

작년 이맘때쯤이었나, 지인 중 한 명이 아주 사소한 일로 형사 사건에 휘말렸다. 말 그대로 소소한 다툼에서 시작된 건데, 어쩌다 보니 경찰서 문턱까지 가게 된 상황이었다. 처음엔 그냥 서로 사과하고 끝내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고소장이 접수되고 입건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시작하니까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더라. 담당 수사관이 전화해서 출석하라고 할 때마다 지인은 심장이 내려앉는다고 했다. 그게 참 무섭지. 막상 가보면 별거 아닐 때도 많다는데, 사람이라는 게 일단 경찰서라는 공간 자체에서 오는 압박감을 견디기 힘들다. 그래서 결론은 합의였다. 어차피 서로 감정만 상할 바엔 합의서 한 장 쓰고 털어버리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확약서 양식의 함정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합의서라는 걸 살면서 몇 번이나 써봤겠나. 당연히 인터넷에 ‘합의서 양식’이라고 검색부터 했다. 나오는 건 정말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건 너무 간략해서 이게 효력이 있나 싶고, 어떤 건 너무 복잡해서 변호사가 쓴 것처럼 보였다. 지인은 내가 좀 봐달라며 파일을 보냈는데, 사실 봐도 잘 모르겠더라. 거기 적힌 문구 하나하나가 나중에 법정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모르니 덜컥 겁부터 났다. 특히 ‘확약서’라는 명목으로 이것저것 약속을 적으라는데, 배상 금액이나 사후 처리 문제 때문에 몇 번을 수정했는지 모른다. 나중에는 이게 법적 다툼을 막으려는 건지, 아니면 또 다른 불씨를 만드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변호사 비용 때문에 망설였던 시간

솔직히 법률사무소에 가서 상담 한번 받는 게 돈이 꽤 들지 않나. 보통 짧은 상담에 10만 원에서 30만 원 정도는 잡아야 하니까, 일반적인 직장인 입장에서는 선뜻 지갑 열기가 쉽지 않다. 특히나 이미 사건에 휘말려서 심적으로 지쳐 있는데 수임료까지 고려하면 머리가 아픈 거다. 지인도 그래서 혼자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던 것 같다. 나중에는 너무 불안했는지 결국 상담이라도 받아보겠다고 했는데, 막상 가서는 또 별 얘기 못 하고 왔다더라. 그냥 가서 질문 몇 개 던지고 나니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고. 형사 사건이라는 게 사실 한번 진행되면 기소니 항소니 하는 절차가 너무 길어서, 그사이에 드는 정신적 비용이 훨씬 크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사과 한마디가 참 어렵다

합의서 작성의 핵심은 결국 돈과 사과인데, 둘 다 적당한 선을 지키기가 참 어렵다. 지인은 합의금으로 300만 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상대방은 500만 원 밑으로는 생각도 안 한다고 했다. 결국 그 중간 어디쯤에서 타협을 보긴 했는데, 합의서에 서명하고 도장 찍는 그 짧은 순간이 왠지 모르게 무거웠다. ‘민형사상 다시는 문제 삼지 않겠다’는 문구를 넣으면서도, 정말 이게 끝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디지털 포렌식 얘기도 나오고, 유출 시 1억을 배상하라는 무시무시한 조항도 있길래 그런 건 다 뺐다. 너무 과한 조건은 오히려 합의를 깨지게 한다는 말이 있더라.

결과가 나와도 마음은 영 찝찝하다

결국 합의서는 제출되었고 사건은 무혐의나 기소유예 같은 방향으로 마무리되었다. 경찰서나 법원 근처를 지나가기만 해도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서 지인은 아직도 그 동네를 피해서 다닌다. 나 역시 옆에서 같이 밤새우며 법률 용어 찾아보던 그 피로감이 생생하다. 법이라는 게, 참 이상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제를 풀자고 만든 것인데, 오히려 그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사람이 더 지치게 된다. 요즘도 뉴스를 보면 아리셀 사건이니 뭐니 해서 기업들이 합의서를 내고 법정을 오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게 단순한 종이 조각이 아니라 누군가의 인생이 걸린 문제라는 게 느껴진다. 나는 이제 그런 합의서 양식 같은 걸 보면 그냥 화면을 닫아버린다. 굳이 알아두고 싶지 않은, 그렇지만 모를 수도 없는 그런 것들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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