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으로 접근을 막는다는 게 생각보다 서류 한 장으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그냥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줄 알았습니다. 전 동업자였던 그 사람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사무실 근처를 맴돌 때까지만 해도 경찰에 한 두 번 신고하면 겁을 먹고 그만둘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경고를 받아도 그때뿐이었고, 메신저 프로필을 바꿔가며 연락을 해오는 통에 일상생활이 완전히 망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에서는 법원에 접근금지가처분신청을 해야 확실하게 떨쳐낼 수 있다고 조언해주었습니다. 법원이라는 단어가 주는 중압감 때문에 망설여졌지만, 더 이상 시달리기 싫어서 무작정 인터넷을 뒤져보며 서류 작성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법률 용어들은 하나같이 낯설고 어려웠습니다.
법무법인 문을 두드리기 전에 혼자 해보겠다고 작성했던 신청서
처음에는 변호사 비용을 아껴보겠다는 생각으로 나홀로소송을 결심했습니다.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한 소장 양식과 가처분 신청서 서식을 띄워놓고 모니터를 한참 노려보았습니다. 그전에 내 의지를 보여주겠다며 우체국에 가서 내용증명서도 직접 작성해서 보냈었지만, 상대방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오히려 감정적인 답장만 보내왔습니다. 혼자 신청서를 작성하려니 신청 취지나 신청 이유 같은 항목들을 어떤 어조로 써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내가 입은 정신적 피해를 감정적으로 하소연하듯 쓰면 기각되기 십상이라는 글을 보고 나니, 결국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괜히 어설프게 서류를 제출했다가 시간만 날릴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했습니다.
서초동 법원 앞에서 들었던 상담 비용과 현실적인 벽들
결국 평일 연차를 쓰고 지하철 2호선 서초역 11번 출구 근처에 있는 법조타운을 찾았습니다. 인터넷으로 미리 알아본 법무법인 사무실 몇 군데에 전화를 돌려 예약을 잡았습니다. 처음 방문한 곳에서의 법률상담은 30분에 11만 원의 비용이 들었습니다. 변호사는 제 이야기를 묵묵히 듣더니 가처분이 인용되려면 상대방의 위해 가능성을 입증할 객관적인 자료가 더 필요하다고 냉정하게 말해주었습니다. 만약 소송 대리인으로 변호사를 선임하게 되면 수임료가 최소 330만 원 정도 든다고 하더군요. 나홀로소송으로 진행하면 송달료와 인지대 등 수만 원 선에서 해결할 수 있지만, 법원이 요구하는 보정명령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 기각될 확률이 높다는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돈을 아끼려다가 일을 그르칠지, 아니면 큰돈을 들여서라도 안전을 택할지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상대방이 제출한 답변서와 팽팽해진 법정 분위기
고민 끝에 비용이 덜 드는 방향으로 조력을 받아 신청서를 접수했고, 법원에서 심문기일이 잡혔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서류를 접수한 지 거의 4주 만에 잡힌 기일이었습니다. 법원에 가기 전날, 상대방이 변호사를 통해 민사소송답변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답변서 내용을 열어보니 제가 보낸 문자들을 짜깁기해서 마치 제가 먼저 싸움을 걸고 괴롭힌 것처럼 교묘하게 왜곡해 두었더군요. 가슴이 쿵쾅거리고 억울해서 손이 떨렸습니다. 이에 반박하기 위해 그동안 받았던 통화 녹취록과 카카오톡 대화 캡처본을 정리해 준비서면을 다시 제출해야 했습니다. 법원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판사 앞에 서서 심문을 받는 그 몇십 분의 시간 동안 피가 마르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억울함을 호소할 때마다 상대방 측은 법률적인 조항을 들이밀며 방어했습니다.
가처분 결정문을 받아들었지만 여전히 끝난 것 같지 않은 찝찝함
그로부터 약 3주가 더 지난 후에야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 신청이 일부 인용되었다는 결정문을 송달받았습니다. 상대방이 제 직장과 주거지 100미터 이내로 접근하지 못하고, 휴대전화나 이메일로 연락을 취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위반할 시 1회당 일정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간접강제 조항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보호를 받게 되었다는 안도감이 먼저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마음이 무겁습니다. 만약 그 사람이 이 결정마저 무시하고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다면, 결국 제가 다시 경찰에 신고하고 위반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를 법원에 제출해야만 제재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종이 한 장이 나를 완전히 지켜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문자들을 짜깁기해서 왜곡했다니, 정말 답답하네요. 제가 혼자서 감당하기 얼마나 힘들었을지…
가처분 결정문 이후에도 여전히 상대방의 행동 예측이 어렵다는 점이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