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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날아온 내용증명 한 통에 며칠을 허비했다

어느 날 갑자기 우체국 등기로 서류가 하나 도착했다. 평소에 택배 외에는 등기를 받을 일이 거의 없어서, 이게 대체 뭔가 싶어 뜯어보니 제목이 참 살벌했다. ‘지식재산권 침해중지 요청 및 손해배상 청구의 건’. 읽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해외구매대행 사이트를 소소하게 운영하면서 그냥 유행하는 제품들을 조금씩 가져와서 팔았을 뿐인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싶었다.

디자인권 침해라니 정말 몰랐던 일인데

내용증명을 보낸 곳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가전 브랜드였다. 내가 팔던 제품이 그 회사의 디자인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인데, 사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그냥 해외 사이트에서 괜찮아 보여서 올린 제품이었지, 그게 특정 디자인권이 등록된 제품인지 일일이 조회해보고 판매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내가 너무 안일했던 건지, 아니면 그냥 운이 없었던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예전에 친구가 자기 제품 디자인 등록하느라 변리사 사무실에 꽤 큰 돈을 썼던 기억이 났다. 보통 100만 원은 훌쩍 넘는다고 들었는데, 그런 절차를 거친 제품들이라면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거였나 싶어 자괴감이 들었다.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야 하나 고민했다

문제는 그 뒤였다. 당장 이 내용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저작권 변호사를 선임해서 대응하라는 글이 많았다. 하지만 당장 매출이 엄청난 것도 아니고, 몇 백만 원씩 들여서 대응하는 게 맞나 싶어 한참을 고민했다. 법률 사무소마다 상담료도 제각각이라 어디는 15만 원, 어디는 30만 원을 부르더라. 상담을 받아볼까 싶다가도, 변호사 상담을 받는다고 해서 이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될 것 같지도 않았다. 결국 혼자서 대응해보겠다고 며칠 밤을 지새우며 검색만 반복했다.

킨텍스 전시회 이야기가 떠오른 이유

그러다 문득 얼마 전에 다녀온 일산 킨텍스 행사가 생각났다. 게임사들이나 글로벌 기업들이 IP 확보에 얼마나 사활을 거는지 눈으로 보고 왔는데, 사실 그들만의 리그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그 ‘지식재산권’이라는 거대한 벽에 정면으로 부딪히고 있는 꼴이라니. 그때는 그저 대기업들의 치열한 경쟁 정도로만 봤는데, 막상 내 일이 되고 보니 그 단어가 너무 무겁게 다가왔다. 나 같은 개인 셀러에게는 그저 해외 사이트의 물건 하나가, 대기업 입장에서는 수천억 원이 걸린 자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 무섭기도 했다.

어설픈 대응이 화를 부를까 봐 겁이 난다

지금은 일단 해당 제품을 전부 삭제하고 판매를 중단했다.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이 계속 찜찜하다. 이미 팔린 물건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상대방이 손해배상을 진짜로 청구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 내용증명을 보낸 쪽에서는 답변이 없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는데, 사실 법적 조치라는 게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 건지 알 길이 없으니 더 불안하다. 오늘도 법무법인 사이트를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상담 신청 버튼을 누를까 말까만 수십 번 반복하고 있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막막함

결국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다. 제품 페이지를 지우는 것만으로 다 끝난 건지, 아니면 나중에 더 큰 서류가 날아오는 건지 여전히 불확실하다. 주변에 이런 일을 겪은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누구한테 물어보기도 껄끄럽다. 그냥 다 접고 다른 일을 알아봐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고, 아니면 돈을 조금 쓰더라도 전문가를 찾아가서 확실하게 마무리를 지어야 하나 싶기도 하다. 이 고민을 며칠째 하고 있는데도 답이 안 나온다. 어쩌면 내일도 똑같이 고민만 하다가 하루를 다 보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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