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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제조가공업 허가받으려다 서류 더미에 파묻힐 뻔했다

서류 접수하러 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온 날

작은 식품 제조 사업을 준비하면서 처음에는 뭐 이 정도는 혼자 할 수 있겠지 싶었다. 인터넷에 찾아보면 다들 ‘셀프 인허가’ 성공했다는 글이 많길래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일단 사무실을 구하는 것부터가 고난이었다. 식품제조가공업 허가가 나려면 용도지역이 맞아야 하는데, 생각보다 이게 까다롭다. 천안 외곽에 적당한 창고를 찾았는데, 건물 용도가 공장이나 근린생활시설이 아니라서 허가가 안 된다고 하더라. 부동산 중개인분도 잘 모르고 넘겼던 부분이라 등기부등본 떼어보고 나서야 알았다. 괜히 계약부터 덜컥했다가 보증금 날릴 뻔했다.

품목제조보고서 작성은 생각보다 훨씬 더 골치 아팠다

어찌어찌 허가받을 수 있는 건물을 찾아 계약을 마치고 나니, 이제는 품목제조보고서가 발목을 잡았다. 어떤 재료가 몇 그램 들어가는지, 유통기한은 어떻게 설정할 건지, 살균은 어떻게 할 건지 적어야 하는데 이게 무슨 논문 쓰는 것도 아니고 끝이 없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양식을 다운받아서 작성하는데, ‘자사 제품 분석 결과’를 첨부하라는 대목에서 멈칫했다. 그냥 내가 만들어서 파는 건데 외부 실험기관에 의뢰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비용도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검사 한 건당 몇십만 원씩 나가니 제품 종류를 늘리는 것도 한숨부터 나오는 일이다. 처음에 대여섯 개 품목을 등록하려던 계획을 두 개로 줄였다.

중소기업확인서와 소상공인확인서의 늪

정부 지원 사업이나 다수공급자계약 같은 걸 준비하려면 중소기업확인서가 필수라고 해서 이것도 신청했다.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에서 처리하는데, 서류가 미비하다는 메시지가 계속 떴다. 재무제표 제출하고, 소상공인확인서도 따로 떼어야 하는데 이게 무슨 복잡한 미로 같았다. 사실 내가 행정 절차에 이렇게 약한 사람인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구청 민원실에 세 번은 왔다 갔다 한 것 같다. 갈 때마다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거나, 서류 한 장이 부족해서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성동구청처럼 홈페이지에 서류 안내가 잘 되어 있는 곳도 있지만, 막상 내가 직접 가서 신청서를 작성해보면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행정사 사무실 앞을 기웃거렸던 이유

결국 버티다가 지쳐서 천안 근처의 행정사 사무실을 검색해봤다. 비용이 꽤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망설였는데, 사실 내 시간과 들이는 에너지를 생각하면 그게 더 쌀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만 받아보려고 했는데, 막상 상담 비용 5만 원을 내고 앉아있으니 이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하고. 허가증 한 장 받으려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서 현타가 오는 순간들이 계속 찾아왔다. 인허가라는 게 단순히 서류 접수가 아니라, 해당 관청의 내부 규정과 법리적 해석까지 맞물려 돌아가는 거라 일반인이 감당하기엔 벅찬 구석이 분명히 있다.

아직 끝난 게 아니라는 불안함

허가증을 손에 쥐면 다 끝날 줄 알았는데, 이제 시작이라는 말이 왜 이렇게 무섭게 들리는지 모르겠다. 영업 시작하고 나서도 위생 점검에, 정기적인 자가품질검사까지 챙겨야 할 게 태산이다. 요즘은 전자계약으로 다 처리된다고는 하지만, 현장에서 요구하는 도장 하나, 서류 한 장의 무게는 여전히 아날로그적이다. 어제는 새벽까지 서류 수정하다가 도저히 안 돼서 덮어버리고 잠들었다. 내가 이걸 왜 시작했을까 싶은 마음이 절반이고, 그래도 나중에 제품 라벨에 ‘식품제조가공업 제OO호’라고 적혀있을 걸 생각하면 조금 묘하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눈앞에 쌓인 서류들 때문에 어디 도망가고 싶은 심정뿐이다. 내일 또 구청에 가야 하는데 벌써부터 한숨이 나온다.

“식품제조가공업 허가받으려다 서류 더미에 파묻힐 뻔했다”에 대한 2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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